작곡 또는 음향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겐 모니터링이 가능한 성능을 가진 이어폰 혹은 헤드폰이 필요합니다.
스피커 역시 그렇지만 학생의 경우에는 평소에 통학을 비롯하여 여기저기 오갈 일이 많고 자연스레 스피커보다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음향작업을 할 땐 자신이 평소에 들어왔던 소리를 생각하며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기 때문에 평소에 이용할 헤드폰/이어폰도 준수한 성능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들이 보통 모니터링용 헤드폰으로 추천하는 제품엔 SONY社의 MDR-7506과 MDR-7509, SHURE社의 SRH-840, 그리고 AKG社의 K271이 있습니다만, 학생때부터 음악작업을 해온 저로선 오히려 방금 말한 헤드폰들은 학생들의 입장에선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중3때 생일 선물로 AKG K271을 받았지만 외형이 커서 밖에서 쓰고 다니거나 들고 다니기엔 불편한 점이 많고 K271에 한해서는 제 머리가 조금 큰 편…이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헤드폰을 양손으로 누르고 있지 않는 한 초저음역대가 들리지 않아 모니터링에 그렇게 도움을 받진 못했습니다.
다른 회사의 모니터링 헤드폰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크기가 크거나 착용감이 좋지 않거나, 선의 길이가 길어 자연스레 사용을 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평소에 쓰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더 자주 이용하게 되지요.
그리하여 근 4년 전부터는 어느 정도 타협을 하여 감상용으로도 쓰기 적당하면서 모니터링용으로 쓰기에도 괜찮은 제품들을 찾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래 제품들은 작년에 혜화 이어폰샵에 가서 찾아낸 추천할만한 제품들입니다. 가격은 2016년 8월 1일 다나와 최저가 기준입니다.
이어폰
- ATH IM02: 24만 5690원
그때 들었던 밀폐형(커널형) 이어폰 중에선 제일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중역대를 중심으로 강조가 좀 되어있는 편이라 귀가 비교적 빨리 피로해집니다. 그리고 안경 쓰는 분들은 착용감이 좋지 않고 장기간 이용 시 귀가 아픕니다.
- Westone W20: 28만 2200원
전체적인 소리 밸런스는 괜찮은 편인데 중저음이 좀 강하며 부풀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고음도 적당하나 부족한 느낌이 조금 있었습니다.
헤드폰
- Philips L1: 32만 3100원
전체적으로 괜찮은 인상을 받긴 했지만 1.4k 부근이 과하게 강조되어 있는 듯 했습니다.
- AKG K612 PRO: 27만 5330원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음이 단단하게 나오구요, 400Hz 주변의 중역은 약간 부족한 것 같았네요.
AKG K712 PRO: 39만 6000원
균형이 잘 잡혀있고 시원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AKG 헤드폰은 전반적으로 시원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모니터링용으론 다들 적합한 편입니다.
사실 이 때 청음했던 제품들은 다들 딱히 사고싶을 만큼 좋은 소릴 내진 않았습니다. 그나마 IM02가 좋아서 구매했습니다만 안경을 쓰는 사람으로서 착용감이 좋지 않아 요샌 쓰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 이어폰샵에 다시 갔었는데 별로 변한 것도 없고 오히려 헤드폰/이어폰 종류가 더 줄어든 듯한 느낌이더군요. 올인원 또는 무선 제품은 늘어났지만… 별로 제가 좋아할 만한 형태의 매장이 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다시 찾아갈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아래 제품들은 그 날 강남 세예라자드에서 찾아낸 추천할만한 제품들입니다. 세예라자드가 공간도 크고 종류도 많아 감상하기 참 좋았습니다.
이어폰
- Klipsch X20i: 54만 9000원
이 회사 제품들의 소리가 전반적으로 맘에 들었습니다. 처음 알게 된 메이커인데 저랑 잘 맞는 회사인 것 같아요.
이 제품은 저음에 대한 해상력과 음 분리가 다른 이어폰들에 비해 월등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다른 음역대의 소리들도 문제없이 표현합니다.
중저역의 해상력이 좋아 묵직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봤을 땐 시원한 느낌은 덜 듭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캐릭터가 그렇다는 것 뿐이지 고음역대도 필요한 만큼 뽑아내기 때문에 흔한 커널 이어폰 마냥 답답하단 느낌이 들 정도는 아니며 딱 평균정도 합니다.
올라운더형이어서 모든 장르에 적당하기 때문에 음악작업 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니터링+감상용으로는 이 제품이 끝판왕이라 봅니다. 전 사서 쓰고 있습니다.
헤드폰
- KOSS SP540: 17만 8000원
KOSS 역시 이 날 처음 알게된 회사인데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제품은 400Hz 근처의 중역대가 조금 깎여있는 듯한, 깔끔한 소리를 냅니다. 고역대가 좀 올라가 있지만 과하게 강조되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해상력과 공간감, 다이내믹 표현은 좋은 수준이므로 감상+모니터링용으로 적합합니다.
- Philips M1 MKII: 15만 8760원
초저역대 표현을 잘 하고 있으며 저역대에 대한 반응 속도도 좋은 듯 합니다. 중역대와 고역대는 적당한 수준이라서 음악 작업용으로도 괜찮은 듯 합니다. 실제로 초저역대 표현이 적당히 잘 되는 제품은 믹싱/마스터링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공간감 표현은 앞서 소개한 SP540보다 덜한 편입니다. 저역대가 강조될수록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앞서 소개한 L1보다는 얘가 더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 Axelaudio OVER-EAR(CORE): 26만 3670원
공간감 표현은 앞 두 제품 보다 월등히 좋습니다. 중저역대 반응속도도 가장 좋고 전반적인 다이내믹 표현도 좋습니다. 그러나 시원한 느낌 혹은 트인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오버헤드형이라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약간 커널 이어폰 같은 느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네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정직한 소리를 원하면 오버헤드/밀폐형, 현실적이고 실재감 있는 혹은 시원한 소리를 원하면 개방형이 맞는 듯 합니다.
다나와에선 해외구매만 뜨는데 세예라자드에서 판매중입니다.
- Panasonic RP-HD10: 15만 7740원
앞의 세 제품처럼 음상과 다이내믹을 정확하게 표현하진 않지만 듣기에 자연스러운 음상과 공간감을 제공하며 소리 밸런스도 잘 맞춰져 있는 편입니다. 따라서 감상의 입장에선 이 제품에 제일 좋은 점수를 주고싶네요.
지금의 제 가치관으로서는 앞서 소개한 헤드폰들 중에선 이 제품을 가장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래는 번외로 평가하는 제품입니다.
- EARIN: 26만 1950원
특이해서 청음해봤습니다.
블루투스 치곤 소리 밸런스가 좋으나 표현해내는 공간의 크기가 (위아래로)작고 저음 해상력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미묘하게 좋지 않았습니다. 소리 좌우 밸런스도 약간 맞지 않음. 제가 들었던 건 왼쪽이 더 작게 들리더군요.
그리고 기술의 한계 때문인지 최대 볼륨이 작은 편입니다.
지금까지 감상/모니터링용으로 적당한 헤드폰과 이어폰을 소개하였습니다. 이 안에서 가격대와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 부분이니 청음매장 같은 곳에서 들어보시고 제일 맘에 드는 걸 사셔요~